지난 달부터 다시 시작한 나의 양로원봉사 이야기다.
이번주는 아침부터 일찍 양로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기로 마음 먹었다. 영어를 거의 못하시는 한국 할머니가 레크리에이션 룸에서 시작하는 9:30 활동에 오시면 좋겠노라고 담당자가 내게 이야기했었기에 내가 나서서 그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영어를 말할 수 없어도 앉아서 주는 차와 쿠키를 즐기며 색칠이 안된 그림에 색을 입히는 활동시간이기에 편하게 와도 되시는데, 한번 왔다가시고는 안 오신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영어로 소통을 하는 모임이 얼마나 부담스러우실까.
아침부터 할머니를 찾아가보니, 할머니는 침대와 일체가 되어 누워계셨다. 내가 방에 들어서니, 누구냐고 물으셨다. 몇주째 이 분을 방문하고 있지만,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호기심있게 나에 대해 물어보셨다. 눈이 침침하고 안 보인다며 계속 누워만 계시면서도 나의 방문에 곧 혈색이 좋아지고 계셨다. 침대에 누워계신 할머니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리가 아파와서, 다리는 펴고 상체를 숙인채로 5분 정도 더 이야기를 들었다. 곧 그것도 불편해져서, 같이 산책하러 나가시자고 했더니 일어나셨다. 나가는 길에 중국인 할머니를 불러내셔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활동 시작시간은 9시 30분인데, 이미 9:50이다. 괜찮다. 레크리에이션 방에 잠시 들어가보기만 해도 성공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비우자. 비우자.
복도를 한바퀴돌다가 거실로 할머니들을 모시고 갔다. 슬슬 레크리에이션 방쪽으로 갔다. 한번 들어가 보자고 했다. 내가 앞서 걸어가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셨는지 잘 따라오신다. 들어가보니 백인, 흑인, 서남아시아 할머니들이 7분 앉아계셨다. 우리가 등장하자 담당자는 깜짝놀랐다. 중국인 할머니는 2년동안 한번도 와보지 않은 분이라며 반가워했다. 커피와 머핀을 드실건지 여쭈어보았지만, 할머니는 안 드신다고 했고, 담당자는 색칠할 종이와 색연필을 가져와 할머니들이 색칠하고 놀다 가시게 했다. 아침에는 눈이 침침하다고 하시더니, 막상 시작하시더니 시간을 들여서 색칠을 아주 정성스럽게 하셨다.
방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며 색칠을 하던 콜롬비아 할머니가 나에게 색연필을 좀 깎아달라고 하셨다. 이미 잘 깎여있는것 같아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할머니가 나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것 같다고 한다. 더 색칠하다가 필요하면 깎아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다가 흥겨운 크리스마스 노래가 나오니 음악에 몸이 들썩거리시는 그 할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쉘위댄스?”

손이 떨리고 기력도 약하신 분이 넘어지기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담당자가 괜찮단다. 할머니와 손을 잡고 왼쪽으로 흔들고 오른쪽으로 흔들었다. 어색한 걸음으로 시작한 할머니와의 댄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할머니가 손으로 나의 등을 감싸시고 나도 할머니의 등을 감싸고 드리면서 천천히 흔들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양로원에서 살아가야하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느껴지니 마음이 쓰려서 눈시울이 붉어지려해서 할머니를 더 쓰다듬어 드렸다.
3분도 지나지않아 할머니는 자리에 앉으셨다. 마음은 신나는데 몸은 오래 못가신다. 하지만 한층 밝아진 얼굴로 앉아 다시 색칠에 전념하셨다.
다음주에도 아침에 일찍 나와서 한국 할머니와 중국할머니가 여기와서 놀다 가시게 해야지. 오늘은 자원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도 귓가에 생생하게 맴도는 말이 있다. “쉘위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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